'신분당선 연장' 무산…수도권 서북부 찬바람

입력 2023-08-24 17:47   수정 2023-08-31 16:44


10년 넘게 추진돼 오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용산~삼송) 사업’이 좌초되면서 수도권 서북부 일대 부동산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최대 수혜지로 꼽히던 경기 고양 삼송신도시(사진)에선 하루 새 호가를 1억원가량 내린 매물도 등장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대안 사업 등을 검토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사업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송 일대 호가 1억원 ‘뚝’
24일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삼송동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은 총 223건으로, 지난 14일보다 2.2% 늘었다. 고양시 덕양구 전체적으로도 4832건으로, 같은 기간 4.2% 증가했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최근 서북부 연장이 무산된 여파로 급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벌써 매매 호가를 낮춰 부르는 집주인이 나타나고 있다.

삼송동의 A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매매 호가가 9억원까지 올라 회복세를 나타냈는데 이번 이슈로 ‘협의 가능’을 내세운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7억원대 후반에도 매입이 가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송역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교통 호재를 기대하고 들어온 투자자 보유 물량 위주로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축 분양 단지가 ‘신분당선 연장’을 내세워 홍보해온 만큼 수분양자와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일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신분당선이 연장되면 독바위 혹은 기자촌 부근으로 지하철역이 들어설 것으로 점쳐졌다. 불광동 B공인 대표는 “불광역 인근에 국립한국문학관과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등이 예정돼 있어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서북부 연장 무산이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추진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서울 강남 신사역까지 연결된 신분당선을 용산에서 은평구를 거쳐 고양 삼송까지 잇는 프로젝트다. 출퇴근 교통난이 심각한 서북부 주민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당초 연장 19.38㎞, 10개 역사로 구성된 광역철도로 추진됐다. 여러 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며 불씨를 되살렸다.

이 사업은 지난 23일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제성 분석(BC)은 0.36, 종합평가(AHP)는 0.325로, 모두 기준점(BC 1, AHP 0.5)을 밑돌았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과 일부 겹치고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대안 노선 찾을 것”
정치권에서 입을 모아 약속한 교통사업이 무산되자 주민의 반발도 거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10년 동안 희망 고문만 해댔다”, “강남은 노선이 겹쳐도 잘만 해주더니 역차별이다” 등 불만 글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노선과 운영계획을 제안한 서울시는 대안 노선을 찾아 서북권 교통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선과 운영계획을 어떻게 수정하는지에 따라 사업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주민과 사업성을 모두 만족하는 대안 노선을 검토하고 발굴해 새로운 노선으로 사업을 재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전날 SNS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에 무산된 계획 역시 기존 2019년 계획에서 열차 운행방식을 변경해 이용 수요를 높이고 공사비 절감 방안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반영한 내용이다. 또 대안을 마련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5차 혹은 6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한 뒤 예타 등을 다시 거쳐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대안 마련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은평새길과 평창터널 사업이 2025년 착공을 앞두고 있어 교통 여건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박진우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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